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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낚시

풀치·삼치는 안 나오고… 그래도 남은 건 위로의 손맛?!

by 황박사 실험일지 2025. 10. 10.

설렘 가득한 새벽 출조

추석 전날과 당일은 어머니와 형제들과 함께 보내고 난 뒤, 비가 오지 않는 날 새벽 4시 30분.

알람 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전날 밤부터 챙겨둔 낚시 장비들을 차에 싣고, 보온병에 따끈한 커피를 담아 새만금 방조제를 향해 출발했다.

도시를 벗어나니 점점 맑아지는 공기, 그리고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바다 냄새. 차를 몰수록 마음이 가벼워졌다.

약 1시간의 드라이브 끝에 도착한 새만금 방조제. 아직 해가 뜨기 전이지만, 나처럼 이른 시간부터 출조를 나온 낚시인들의 차량이 서너 대 보였다.

석축으로 향하는 길은 새벽 이슬로 미끄러워 조심스러웠다. 미끄러운 바위 틈 사이를 지나며 천천히 발을 옮겼다.

드디어 내가 자주 찾는 포인트에 도착했다. 짙은 안개 사이로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가 리듬감 있게 들려왔다. 그 순간, "그래,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연휴" 라는 생각이 스쳤다.

바다 가까운 석축에 낚시가방을 내려놓고, 루어낚시대를 조립했다.

오늘의 타깃은 풀치(갈치 새끼)와 삼치였다. 첫 캐스팅을 날리고 채비가 바닥에 안착하길 기다리는 그 짧은 정적 —  그리고 계속된 캐스팅과 정적,.... 가끔 밑걸림으로 채비를 날리고,....그리고  깜깜 무소식 .....


 흘러가는 시간, 그리고 초조함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새만금 바다가 붉은빛으로 물들어갔다. 원래 같았으면 "와, 일출 멋있다!" 하고 감탄했을 풍경인데, 지금은 그저 "입질이나 좀 들어오라..." 하는 마음뿐이었다.

두 시간째. 옆 포인트에 있던 낚시꾼 한 분이 철수하며 지나가길래 물어봤다.

"오늘 입질 어떠세요?" "에이, 오늘은 안 되네요. 저도 꽝이에요."

그 말을 듣고 조금 위안이 되면서도 한편으론 더 초조해졌다. 유튜브에선 대박이라던데, 왜 나만 안 되는 건가 싶었다.

세 시간째. 이젠 팔도 아프고 집중력도 떨어졌다.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를 홀짝이며 잠시 쉬었다.

"낚시가 원래 이런 거지 뭐..."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시 루어를 던졌다. 하지만 풀치는커녕 삼치도, 심지어 멸치 한 마리 안 보였다.


포기할까... 그때 들어온 작은 손맛

네 시간째 접어들 무렵, 슬슬 철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냥 빈손으로 가기엔 아쉽고..." 하는 마음에 채비를 바꿔봤다.

 전략 변경

  • 메탈지그 → 우럭 채비로 변경
  • 바닥권 노림
  • 미끼: 오징어, 지렁이

"그래, 풀치는 안 되면 우럭이라도..."

첫 캐스팅을 바닥까지 내리고 천천히 릴을 감는 순간—

'툭!'

"어? 이거!"

예상치 못한 입질에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천천히 릴을 감으니 제법 무게감이 느껴졌다. 물 밖으로 올라온 건 손바닥만 한 크기의 우럭.

"오! 그래도 뭐라도 잡았네!"

풀치를 기대했던 순간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그래도 빈손은 면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상하게 그 순간부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위로 삼아 계속된 낚시

우럭 한 마리를 잡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어차피 풀치는 안 되는 날이구나" 하고 받아들이니, 그냥 있는 그대로 즐기자는 생각이 들었다.

채비를 계속 우럭용으로 유지하며 천천히 낚시를 이어갔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더 버티다 보니 추가로 입질이 들어왔다.

 최종 조과 (5시간 출조)

  • 우럭 3마리 (20~23cm급) - 그나마 건진 것
  • 망둥어 2마리 (통통한 놈들) - 덤
  • 풀치 & 삼치 - 👻 (유령)

"뭐, 그래도 회는 먹을 수 있겠다."

기대했던 대상어는 하나도 안 잡혔지만, 이 정도면 위로 삼아 마무리할 만했다.


 낚시는 원래 이런 거지...

오전 11시쯤, 완전히 입질이 끊기고 조류도 느려지자 철수를 결정했다. 장비를 정리하며 오늘 하루를 되돌아봤다.

기대: 풀치 대박, 삼치 덤으로!
현실: 우럭 3마리, 망둥어 2마리...

객관적으로 보면 완전히 망한 출조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억울하거나 화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게 진짜 낚시구나 싶었다.

낚시 유튜브엔 늘 대박 조과만 올라온다. "XX급 풀치!", "삼치 10마리!" 같은 제목들. 근데 실제로는 안 잡히는 날이 훨씬 많다는 걸 모두 알고 있다. 그냥 그런 글들은 잘 안 올라올 뿐이지.

"나도 풀치 잡으면 인증샷 올렸을 텐데."

혼자 씁쓸하게 웃으며 새만금 석축위로 올라갔다. 그래도 바다 바람 쐬고, 새벽 일출 보고, 커피 마시며 멍 때렸던 그 시간들은 나름 괜찮았다.

 

귀갓길의 작은 행복: 백년짬뽕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새벽부터 출조해서 간단한 간식만 먹었더니 제대로 된 한 끼가 절실했다.

"그래, 군산 지나는 김에 짬뽕이나 먹고 가자!"

문득 생각난 곳이 군산의 유명한 "백년짬뽕". 전에 한 번 먹어봤는데 국물이 진하고 해물이 푸짐해서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났다.

백년짬뽕 앞, 그리고 현실

오후 1시쯤 도착한 백년짬뽕 앞. 주차할 곳도 없지만, 식당앞에 줄지어서 대기표를 들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추석 연휴라 그런지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았다.

"몇 분이세요?" "저 혼자요." "지금 40분 정도 기다리셔야 하는데 괜찮으세요?"

순간 고민이 됐다. 40분이면 그냥 다른 데 가도 되는데... 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왔고, 낚시도 망했는데 밥이라도 제대로 먹고 싶었다.

"네, 기다릴게요."

대기표를 받고 가게 앞 벤치에 앉았다. 오늘 하루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 풀치, 삼치를 기대하며 떠난 새벽 출조
  • 5시간 동안 메탈지그만 던지다가, 채비만 날리고
  • 겨우 건진 우럭 3마리와 망둥어 2마리
  • 그리고 지금 짬뽕 한 그릇을 위해 40분 대기

"인생이 다 이런 거지 뭐."


 40분의 기다림 끝, 드디어!

대기하는 동안 주변을 둘러봤다. 나처럼 대기 중인 사람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쁘게 움직이는 주방, 그리고 맛있게 짬뽕을 먹고 있는 손님들.

30분쯤 지나자 슬슬 배가 고파서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진짜 맛있겠지...?" 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그렇게 정확히 42분을 기다린 끝에—

"11번 손님!"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메뉴판도 안 보고 바로 주문했다.

"고기짬뽕 하나요!" "맵기는 보통으로 드릴까요?" "네, 보통으로요!"

주문하고 20분쯤 지났을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빨건 고기 짬뽕 한 그릇이 내 앞에 놓였다.


 한 입, 그리고 모든 게 잊혀지다

첫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는 순간—

"와..."

진한 해물 육수의 감칠맛,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 푸짐한 고기와 해물과 엄청나게 많은 숙주나물들과 야채들. 그리고 쫄깃한 면발.

오늘 하루의 모든 아쉬움이 이 한 그릇에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백년짬뽕의 맛

  • 국물: 진하고 깊은 고기&해물 맛, 적당한 얼큰함
  • 면: 쫄깃하고 굵직한 면발
  • 건더기: 우삼겹, 새우, 양파, 숙주 등 푸짐
  • 감칠맛: MSG 없이도 깊은 맛 (체인점 짬뽕과는 차원이 다름)

후루룩 면을 한 입 먹고, 국물 한 숟가락 마시고, 다시 면을 먹고...

"이 맛 때문에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린 보람이 있네."

혼자 밥 먹으러 와서 한시간이나 기다렸다는 게 처음엔 아깝게 느껴졌는데, 막상 먹으니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풀치를 못 잡은 대신 이 짬뽕 한 그릇이 위로가 되어준 건지도 모르겠다.


 짬뽕 한 그릇과 함께 정리하는 하루

그릇을 거의 다 비우고 마지막 국물 한 숟가락을 마셨다.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다.

🎣 오늘 하루 정리

아침:

  • 풀치 기대하며 새벽 출조 → 실패, 5시간 동안 메탈지그 → 입질 없음, 채비 바꿔서 겨우 우럭 3마리 건짐

점심:

  • 백년짬뽕 한시간 대기 → 성공,  얼큰한 짬뽕 한 그릇 → 완벽한 위로

결론:

  • 풀치는 못 잡았지만, 우럭은 건졌고 짬뽕은 먹었다
  • 그러니까 오늘도 나름 괜찮은 하루

계산을 하고 나오는 길에 뒤를 돌아봤다. 여전히 대기줄은 길었다. "여기 진짜 맛있긴 하네."

차에 타며 생각했다. 낚시도, 맛집도, 결국 기다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 낚시는 입질을 기다리고
  • 맛집은 자리를 기다리고
  • 인생은... 뭔가를 계속 기다리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기다림 끝에 오는 작은 보상들. 오늘은 우럭 3마리와 짬뽕 한 그릇이었다.

현실로 돌아와서: 장비 관리

귀가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낚시 장비 세척. 조과가 좋든 나쁘든, 이건 항상 해야 하는 의식 같은 거다.

특히 오늘처럼 캐스팅을 많이 한 날엔 릴에 부담이 많이 갔을 거다.

🔧 오늘의 장비 관리 루틴

  1. 낚싯대
    • 수돗물로 꼼꼼히 헹구기 (특히 가이드링),  물기 완전히 제거 후 그늘 건조
    • 외부 소금기 닦아내기,  드랙 살짝 풀어서 보관,  베일 오픈 상태로 건조
  2. 루어 & 메탈지그
    • 바늘 부분 녹 확인, 물로 씻고 WD-40 가볍게 뿌리기
  3. 쿨러 & 소품
    • 내부 물청소 후 건조, 다음 출조 준비 체크

욕실에 세워둔 낚싯대... 오늘 풀치는 만나지 못했지만, 다음을 위해.

"조과가 나쁘다고 장비 관리를 소홀히 하면 안 되지."

이 작은 습관이 장비 수명을 2배로 늘려준다. 그리고 다음 출조 때 "아, 이거 녹슬었네" 하며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회는 먹어야지: 위로의 한 점

장비를 정리하고 나니, 쿨러 안에 담긴 우럭 3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풀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럭이 있잖아?"

스스로를 위로하며 손질에 들어갔다. 가장 큰 놈을 골라 칼을 잡았다.

 조용히 진행된 우럭 손질

  • 비늘 벗기고, 내장 제거하고 삼매 뜨고 껍질 벗기고 얇게 썰기

풀치 손질을 상상했던 내 손은 그보다 작은 우럭을 다루고 있었다. 그래도 신선한 건 마찬가지였다. 도마 위에 놓인 하얀 우럭 살은 투명하게 빛났다.

접시에 회를 담고, 초장과 고추냉이를 곁들였다. 얇게 썬 회 한 점을 편의점 김밥위에 올려놓고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는 순간—

"그래, 이 맛이라도 있네."

쫄깃하고 담백한 우럭회. 나름대로의 맛이 있었다.

 "직접 잡은 거니까 맛있다!"

스스로를 세뇌하듯 되뇌며 회를 먹었다. 그리고 진짜로 맛있었다. 마트 회보다는 확실히 신선했고, 무엇보다 내가 잡았다는 그 사실이 양념이 되어줬다.

 

허탕도 즐기는 법

풀치도, 삼치도, 대물도 못 잡았지만
새만금의 바다는 여전히 내게 말을 건넸다.

“다음엔 또 와라. 오늘은 연습이야.”

낚시란 늘 이런 거다.
기대는 크고 결과는 소박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마음은 어느새 정화된다.

추석 연휴, 누군가는 가족과 보내고,
누군가는 여행지로 떠나지만
나는 바다에서 스스로를 리셋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오늘의 조과는 우럭 두 마리, 망둥어 두 마리, 그리고 평화 한 줌.

 

유튜브쇼츠

https://www.youtube.com/shorts/MozJh22O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