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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에세이

국화꽃과 가을의 쓸쓸함 ― 존 스타인벡의 「국화」(The Chrysanthemums)를 읽고

by 황박사 실험일지 2025. 9. 26.

가을이 찾아올 때 떠오르는 이야기

초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늘 쓸쓸한 감정이 마음속 어딘가를 건드립니다. 길가에 피어 있는 국화꽃을 바라보다 보면, 문득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단편소설인  "국화"(The Chrysanthemums)(1937)가 떠오릅니다. 이 작품 속 여인 엘리사는 정원 한켠에서 국화를 가꾸며 살아가지만, 그녀의 내면은 계절처럼 고요하면서도 고독합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단순히 작품을 해설을 떠나, ‘국화’라는 상징이 우리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제 시선으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엘리사의 국화, 나의 국화

작품 속 엘리사는 남편 헨리와 함께 농장에서 살며 정원을 돌보는 일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녀의 자부심은 국화꽃입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저 정원에 피어난 꽃일 뿐이지만, 엘리사에게 국화는 자신의 열정, 사랑받고 싶은 욕망, 억눌린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저 역시 국화를 떠올리면 할머니의 마루 위 작은 화분이 생각납니다. 매일 물을 주고 가지를 다듬던 그 모습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 살아 있음의 증거였습니다. 엘리사가 국화를 애지중지하는 마음도 이와 닮아 있죠.


가을, 억눌린 감정이 스며드는 계절

가을은 사람의 감정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계절입니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벽’처럼 느껴지는 현실이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엘리사가 길을 지나던 행상인과 대화하며 잠시 마음을 열었을 때, 그녀는 국화꽃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 꽃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녀의 감정은 무너집니다.

이 장면은 단지 1930년대 여성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나는 충분히 가치 있는가?”, “내 열정은 어디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습니다.


현대적 공감 ― 우리 안의 ‘엘리사’

엘리사의 이야기를 오늘로 가져오면,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국화’를 가꾸고 있습니다.

  • 직장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묵묵히 해내는 프로젝트
  • 가족을 위해 매일 차려내는 밥상
  • SNS에 올리지 않아도 꾸준히 기록하는 일기

이 모든 것은 어쩌면 ‘누군가가 몰라줘도’ 우리는 여전히 가꾸는 국화입니다.

저도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같은 고민을 합니다.
“이 글을 과연 누가 읽어줄까?”
“내 생각은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결국 쓰는 행위 자체가 나를 확인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엘리사가 국화를 돌보듯, 저 역시 글을 통해 나를 키우는 것이지요.


삶의 국화를 지키는 방법

가을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어떤 국화를 가꾸고 있나요?
비록 그 꽃이 누군가에게는 하찮아 보일지라도, 그것은 나에게는 살아가는 힘입니다.

  • 국화를 통해 내 안의 열정을 발견하고,
  • 가을의 고독 속에서도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주며,
  • 결국에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삶을 지켜내야 합니다.

엘리사의 국화가 버려졌을지라도, 우리 안의 국화는 꺾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을에 국화꽃을 보며

가을 길가에 피어 있는 국화꽃을 바라보면, 저는 늘 엘리사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그것은 단순한 문학 속의 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내면의 작은 불씨입니다.

존 스타인벡은 「The Chrysanthemums」을 통해 한 여성의 삶을 그렸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국화를 키우고 있나요?”